나에게는 형이 한 명이 있다. 뭐든지 나보다 잘하는 형, 나이 차가 있고 내가 나이를 먹으면 형만큼 할 거라고 주위에서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내가 형의 나이가 되더라도 형만큼 잘하지 않을 거다. 나는 그런 형을 동경한다, 뭐든지 나보다, 주위 또래 누구보다 잘하는 형. 그런데 주위는 그런 형을 좋아하지 않는다, 형과 같은 반 아이들, 집 안 고용인들, 심지어 부모님도. 부모님이 형을 볼 때와 나를 볼 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내가 형과 같이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부모님이 형을 그렇게 보는 건 아마 형이 학교에서 동급생들을 몇 번 싸운 것과 관련 있는 거 같다. 하지만 상냥한 형이고 뭔가 오해가 있지 않을까, 분명 형의 이야기를 들으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모님은 항상 다른 사람 이야기만 듣고 형을 혼낸다. 왜일까 상냥하고 좋은 형인데.
* * *
"너가 그 녀석 동생이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하굣길에서 형과 또래 혹은 한두 살 많아 보이는 상급생들이 말을 걸었다.
"그 녀석이라뇨...?"
"그 자식이 저번에 우리한테 뭔 짓 했는지 알아?"
"동물원에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를 공격했다고!"
동물원..... 분명 형이 아버지한테 혼나면 가는 곳이다. 항상 토끼 우리 근처로 가는 거 같던데.
"사람 잘 못 안 거 같은데요, 제 형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여기 증거가 있다고!"
한 사람이 내민 팔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제 형이 했다는 증거는 없잖아요?"
"이게!"
팔을 내밀었던 사람이 그대로 나를 때리려 해 나는 눈을 꼭 감았다. 근데 기다려도 아픔이 오지 않아 눈을 뜨니 때리려던 사람이 가방에 맞아 쓰러져있었다. 익숙한 가방,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방향을 보니 형이 서 있었다.
"너...너.... 또!!"
"또? 어디서 본 적 있었나?"
"시치미 때지 마, 저번에 동물원에서 우릴 공격했잖아!"
"........아, 그 우리에 돌 던지던 녀석들, 약한 거 괴롭히는 게 취미라니 진짜 악취미."
"뭐!!"
한 사람이 형한테 달려들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형이 싸우는 건 처음 봤는데 형은 강했다, 그렇다고 전혀 상대의 공격을 안 맞는 건 아닌데 형은 아프지 않은 걸까? 형은 맞아도 멈추지 않고 상대를 때렸다. 결과는 형의 승리. 상급생들은 도망갔고 형과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싸움을 했던 상급생 부모들로부터 집으로 연락이 왔다. 부모님은 상대 부모에게 사과했고 형을 혼냈다. 근데 형의 상처에 대해서는 전혀 물어보지 않고 그저 형만을 혼냈다. 형의 잘못이 아닌데, 처음 잘못을 한 거도, 오늘 싸움을 건 것도 형의 탓이 아닌데. 참지 못하고 말을 하려는 순간 형과 눈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