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슈이] 얼음이 녹는 순간
라멘토 리크스 x 슈이
현대 AU
라멘토 첫 연성입니다.
햇살이 눈 부신 아침, 리크스가 출근하려는데 바깥이 소란스럽다. 그 소음에 리크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집 밖으로 나오니 커다란 이삿짐 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누군가 이사를 오는 건가, 그러나 누가 이웃이 되든 리크스와는 상관없는 일이기에 그대로 출근했다.
리크스는 회사의 사장으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그는 그 자신으로 포함해서 누구에게나 엄격했다. 그런 리크스를 회사 직원들은 얼음심장, 기계 등등으로 부르지만 리크스는 자신을 누가 어떻게 불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날도 평소처럼 일을 하고 평소처럼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씻고 옷을 갈아입고 수면을 취하기 전에 잠시 휴식으로 책을 읽으려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은 없기에, 자신의 휴식을 방해받은 리크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현관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옆집에 이사 온 슈이라고 합니다."
현재 자신의 표정과 상반되게 상쾌한 미소를 지은 청년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아침에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이미 나가셔서 지금 인사드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네...."
청년은 말과 함께 상자를 건넸고, 리크스는 그 상자를 받았다. 청년이 가자 리크스 문을 닫고 상자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 헤실 거리는 얼굴, 나사 수십 개는 풀린 인상, 엮이고 싶지 않은 인종이다. 리크스는 책을 읽을 기분이 아니게 되어 그대로 침실로 들어갔다. 리크스는 내일도 이전과 다름없는 일상이 이어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리크스는 여느 때와 같이 출근 준비를 했다.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을 챙겨 집을 나오는데 여느 때와 다른 일이 생겼다.
"안녕하세요."
밝은 미소를 띠고 인사하는 어제 이사 왔다는 청년. 살짝 멈췄지만 상종하지 않기로 했기에 바쁜 척을 하며 인사를 무시하고 아파트를 나왔다. 이렇게 무시했으니 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 거라 리크스는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리크스가 무시해도 청년은 매일 아침 그에게 인사를 건넸고 시간이 갈수록 인사와 말은 길어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안녕하세요.’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말이 길어졌다. 날씨에 관한 이야기, 동네에서 있었던 일, 청년이 지금 키우는 화분에서 꽃이 피었다는 걸 알려줬을 때는 자신에게 전혀 이득이 되지 않고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왜 알려주는지 청년의 뇌 안이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 * *
"안녕 리크스, 좋은 아침이지."
평소와 다름없는 인사지만 언제부턴가 짧아진 어미.
"흥, 너처럼 일 안 하는 녀석에게는 아침이 즐거울지 몰라도 일 나가야하는 나한테는 좋지 않다, 슈이."
끈질기게 말을 건 결과, 승리한 건 슈이. 아무리 무시해도 계속 말을 걸어 리크스는 포기하고 대답을 해주며 슈이와의 대화에 어울렸다.
"나도 일해, 리크스. 그저 아침에 일하지 않을 뿐이지."
이녀석이 일을 한다고? 리크스는 자기도 모르게 그 생각을 그대로 표정으로 드러냈다. 그 표정을 보며 슈이는 살짝 소리 내어 웃었다.
"바나 레스토랑에서 가수를 하고 있어, 이래봬도 노래가 특기거든."
잠시만 하며 슈이는 자신의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나온 명함 한 장을 리크스에게 건넸다.
"지금 고용된 바야, 뒷면에 주소랑 연락처 써 있으니까 시간 되면 한 번 와봐.“
명함을 받긴 했지만, 리크스는 바쁘다. 슈이가 일하는 바에 갈 시간 따윈 없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집에서 책을 일고 숙면을 더 취하는 게 이득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슈이의 바에 가지 않는데 리크스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슈이의 끈질김.
명함을 받은 다음 날, 슈이가 왜 오지 않았냐 물어 그저 시간이 없다고 했다. 슈이는 알았다 하며 다음에는 꼭 오라 했지만, 리크스는 또 가지 않았다. 그 다음 날 슈이가 또 오라지만 가지 않고, 슈이는 오라하고. 이 상황을 몇 번이나 겪은 후, 리크스는 두 번째 패배를 인정하고 그날 저녁 일을 일찍 끝내고 슈이가 일하는 바를 찾아갔다.
밝지 않은 조명에 적당히 분위기 있는 바, 리크스는 카운터에 가, 도수가 너무 높지 않은 술을 시켰다. 술을 받고 카운터 석에 앉아 무대로 보이는 곳을 보는데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자신에게는 오라고 해놓고 설마 오늘 나오지 않는 건가 생각하며 슈이에게 분노가 일어나려는데, 무대의 조명이 밝아지며 슈이가 통기타를 들고 무대 위 의자에 걸터앉았다.
슈이가 노래를 시작하자 바에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이 슈이에게 모였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부드러운 통기타의 멜로디가 합쳐져 아름다운 음색을 자아냈다. 근데 그 노래를 들은 리크스는 알 수 없는 울렁거림을 느꼈다. 자신이 분명 술에 그렇게 약하지 않은데 벌써 취했나 하며 당황하는데 순간 리크스는 슈이와 눈이 맞았다. 슈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이 리크스의 얼음 심장이 녹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후일담은 리크스가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 슈이한테 자신의 마음을 알리려는데 슈이가 둔해서 그걸 눈치 못채고 답답해서 죽을라고 하는 리크스. 회사에 가서까지 한숨 쉬고,일에 지장오니까 직원(악마4명)들이 사장 왜 저래 이러는데. 베르그가 쓸때없이 뇌까지 얼음 된 거 아냐? 했다 감봉당한다든지. 리크스의 길이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