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겨울 골목에 쓰러져있는 노이즈를 아오바가 줍고 15일 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그 이후 노이즈는 결국 아오바와 같이 살게 되었고 아오바의 자취방에서 둘은 동거하고 있다. 칫솔, 컵, 옷 같은 생활필수품부터 노트북, 책, 방석 등의 노이즈의 물건이 방 안에 자연스럽게 물건이 늘었다.
그리고 당연히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아직 성인이 아닌 노이즈의 건강을 생각해 아오바는 평소 대충 끼니를 채우는 식탁을 바꿔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식단으로 바꿨다. 휴일에는 주로 노이즈와 보내고 둘이서 장을 보러 나가기도 한다.
또 한 가지, 아오바가 게임으로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온종일 게임 하는 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다른 걸 해보라고 했더니 노이즈가 주식을 시작했다. 그 의미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이 줄었다. 그래서 그대로 두었더니 일주일 만에 아오바 아르바이트 월급을 훌쩍 뛰어 넘는 돈을 벌었다.
큰돈을 벌게 되자 노이즈가 아오바에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라는 말을 했다. 당황한 아오바가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는 거보다 둘이서 같이 벌어 방을 넓히자는 제안을 했다. 동거인과 같이 살면서 생활을 맞춰가는 고생은 노이즈에 한 정된 일이 아니다. 그래도 노이즈가 여러모로 독특하다보니 그를 데리고 살 걸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아~”
“한숨 쉬면 행복 날아간다, 아오바.”
“아, 미즈키”
고민을 하는 아오바에게 말을 건 건 대학교 친구 중 한 명인 미즈키였다. 미즈키와는 과가 다르지만 같은 학년이고 교양 수업이 겹쳐 친구가 되었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어?”
“그런 거 없어.”
“그렇게 크게 한숨 쉬어 놓고? 같이 산다는 수인 때문이지?”
“어떻게 알았어?”
“아, 찍은 건데 정답이었어?”
아오바는 하하하고 웃는 미즈키를 쏘아보았다.
“너 요즘 그 수인 이야기 자주 하잖아, 그래서 그냥 그 녀석 문제일 거 같았어.”
“그렇게 자주 했어?”
“응, 그리고 슬슬 수인 데리고 사는 사람들은 고생할 시기잖아?”
“응?”
아오바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미즈키는 오히려 당황했다.
“아오바 설마 이 고민이 아니었어? 지금 봄이잖아, 봄 하면 생명의 계절, 동물들은 발정기지.”
“수인도 발정기가 있어?!”
“수인은 사실 어느 쪽이냐 하면 동물에 가깝다고 하니까.”
주위에 수인을 데리고 사는 사람은 없고, 아오바 자신도 수인과 사는 게 처음이라 아오바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어지지 않습니다.
노이즈에게 저녁은 먹고 들어온다고 했지만 이렇게 늦어질 줄은 몰랐기에 적당히 돌아온다고 했다.
“잘 거야?”
“아니, 과제 때문에 컴퓨터 좀 봐야 하니까 먼저 자.”
아오바는 샤워를 한 후 잠옷으로 갈아입고 컴퓨터를 켰다. 켜지는 걸 기다리며 뒤를 돌아보니 노이즈는 이미 자기 위해 누워있었다. 몸을 다시 돌려 사이트를 키고 이번에는 ‘메이팅’을 검색했다. 메이팅으로 검색하자 꽤 많은 건수가 나왔고 토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한 게시글을 보니 여자 토끼 수인의 짝을 찾는다는 글이었다. 사진 속 여성은 귀여우면서도 발랄해 보였고 남자라면 취향이 아니더라도 싫어하지는 않을 거 같은 타입이었다. 성격 설명 부분은 활발해서 자주 운동을 해야 하고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고 쓰여 있었다.
게임을 하고 집 안에 있는 걸 좋아하는 노이즈랑은 정반대. 그런 생각이 드니 소리 내 웃어버렸다. 아오바는 소리를 냈다는 걸 깨달아 얼른 입을 막고 뒤를 보니 노이즈가 자고 있어 안심했다. 이 여성은 노이즈와 맞지 않을 거 같으니 다른 여성을 찾아봐야겠다. 아오바는 마우스 휠을 돌리며 게시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한 글이 눈에 들어왔다. 수인과 사귀고 있다는 사람. 아오바도 드문 일이 아닌 건 알고 있지만, 주위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인지 신기했다. 글에 달린 댓글은 평범하게 커플을 축복해주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노이즈와 사귈 수도 있잖아? 이상한 게 아니다 사이트에 올라온 글처럼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자신들은 사귈 수 있을까?
‘약속해,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버리지 않을 게.’
지난겨울, 아오바가 노이즈와 한 약속. 어떻게 되더라도 노이즈를 버리지 않고 쭉 같이 있겠다고 한 맹세이다. 사회의 시선의 문제가 아니다. 아오바와 노이즈 둘의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오바는 더 고민했다. 그 때한 약속은 그저 같이 있겠다고 한 약속이었지 그를 사랑하겠다고 한 약속이 아니었다. 아오바가 그럴 마음이라 해도 노이즈가 그 마음을 거절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실제로 요 몇 개월간 같이 살며 노이즈와 아오바는 연인 같은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고작 해봤자 노이즈가 뒤에서 아오바의 어깨에 턱을 괴는 정도였다. 이걸 친구가 할 수도 있는 행동이고 연인관계만 하는 행동도 아니다. 결론은 같이 사는 거 이외에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동안 생각해 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오바는 컴퓨터를 끄고 이부자리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