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훌린의 카페 아르바이트는 순조로웠다. 원래 싹싹한 성격이라 음식점 서빙이나 카페 아르바이트는 잘 맞는 편이다. 그저 쿠훌린 마음에 걸리는 건 ‘시로’였다. 쿠훌린을 고용한 카페주인은 하얀 털을 보고 그 고양이를 ‘시로’라고 부른다고 했다. 카페 주인 말로는 시로는 이전부터 마을에서 보였고 마치 사람 말을 알아듣는 듯 매우 영리하다고 했다. 사람 말을 알아듣는 듯, 설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시로가 열쇠를 물고 그걸 따라가 도착한 곳이 이 카페, 가장 걱정인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정말 시로는 쿠훌린의 말을 이해하고 일자리를 소개해주기 위해 열쇠를 물고 간 걸까 혼란스러웠다.
쿠훌린이 일하다 창밖을 보면 가끔 담벼락 위에서 시로가 가게 안을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면 시로는 자리를 떴다. 진짜로 말을 알아듣고 이곳으로 데려다준 거라면 보답을 하고 싶은데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전에 생선 조각을 주니 손을 할퀴는 걸 보아 먹을 걸 좋아하지는 않는 거 같다. 오늘도 시로는 담벼락 위에 앉아있어 쿠훌린은 창을 열었다.
“시로!”
큰소리를 쳐서인지 자신을 부르는 이름 때문인지 시로의 눈은 동그래져 쿠훌린을 보았다.
“너 뭐 좋아하냐?”
“애옹”
“뭐 받고 싶은 거 없어? 아 비싼 건 말고”
“우애옹”
시로가 쿠훌린 말을 이해하고 대답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쿠훌린은 시로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 원하는 걸 답했더라도 이해가 안 가면 줄 수 없다. 쿠훌린은 어쩔까 하다 전에 공원에서 시로가 쓰다듬는 자신의 손을 거부하지 않은 게 기억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