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바가 식사 준비를 마치고 에이프론을 벗어 의자에 걸치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현관으로 가니 아오바의 동거인이자 연인인 노이즈가 구두를 벗고 있었다.
“다녀왔어.”
“어서 와, 노이즈.”
평소와 같이 반기는데 노이즈의 손에는 집을 나갈 때는 없었던 크지 않은 종이봉투가 들려있었다.
“회사 직원한테서 받은 거야.”
아오바의 시선을 눈치챈 노이즈가 대답했다.
“헤에, 뭔데?”
“초콜릿”
“초콜릿?”
종이봉투에 넣어줄 정도면 분명 시판에서 파는 판 초콜릿일 리가 없다, 아마 고급스러운 상자에 칸이 나뉘어 한 구 한 구 넣어진 비싼 것이다.
“그거....... 준 사람 여자?”
“응.”
노이즈의 대답에 아오바는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저번에 일 실수한 거 처리하는 거 도와줘서 답례로 주는 거 라던데”
“응........”
“일본에서는 이런 거 발렌타인이나 그런 때 호의를 갖고 있는 사람한테 주는 거 같은데 서양권 문화에서는 친구나 동료 사이에 초콜릿이나 사탕류 같은 간식을 선물하는 거 보편적이야.”
노이즈가 설명해 줬지만 그래도 납득이 되지 않았고 아오바가 보기에 그런 선물을 여성이 남성한테 주는 건 호의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이 주제를 질질 끌고 식사가 식는 건 아니라 생각해 아오바는 이것에 대해 그만 이야기하기로 했다.
“저녁 준비 다 해놨어, 이제 식탁 세팅만 하면 되니까 옷 갈아입고 와.”
아오바는 그렇게 말하고 부엌이 있는 쪽으로 갔다. 가는데 뒤에서 부스럭 되는 소리가 들렸다.
“아오바”
“왜?”
노이즈가 불러 고개를 돌리니 노이즈의 얼굴이 가까웠다. 다음 순간 노이즈의 입술이 아오바의 입술에 닿았고 노이즈의 혀와 함께 무언가가 아오바 입안으로 들어왔다. 입안에 들어온 건 초콜릿이었다. 아까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초콜릿의 포장을 뜯는 소리였던 것이다. 노이즈는 아오바의 입안에서 초콜릿을 혀로 굴리며 아오바의 혀를 건드렸다. 아오바가 숨이 차 노이즈를 밀어내자 그제야 노이즈가 떨어졌다. 초콜릿이 다 녹지 않고 아오바 입안에 남아있는 게 숨을 고르느라 살짝 열린 입술 사이로 노이즈한테 보였다.
“다네.
“당연하지 초콜릿인데, 왜 갑자기 이런 거 한 거야?”
“아오바가 질투하는 게 귀여워서.”
아오바는 자신의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꼈고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질투 안 했거든.”
“참고로 말하자면 이거 준 여사원 지금 애가 둘인 40대 중반이야, 요즘 사내에서 딸이 발레를 배우는 걸 하도 자랑하고 다녀서 나까지 알고 있다고?”
처음부터 그 사실을 말했으면 아오바가 질투할 리 없었다, 그 생각을 하며 아오바 노이즈를 째려보니 노이즈가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