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칼데아의 식당은 이 시간이 되면 티타임을 가지며 간식을 먹는 서번트들로 항상 활기차지만 오늘은 한층 더 분위기가 고조되어있었다.
“여어, 궁병.”
“아, 쿠훌린 랜서. 너도 티타임을 가지러 왔나? 오늘의 티푸드는 치즈케이크이다.”
“아니, 오늘따라 소란스러워 보여서 말이지. 통로를 지나가는데 밖에까지 소리가 다 들려서 무슨 일인가 하고. 케이크는 땡큐.”
살짝 놀려줄 심산으로 화려하게 꽃이 그려져 있는 접시에 소스로 데코레이팅까지 해서 건넨 케이크를 쿠훌린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먹어 에미야는 살짝 당황했다.
“...... 사양하지 않는군.”
“응? 너가 만든 건 뭐든 맛있는데 사양할 이유가 있나? 아 이거 치즈향이 진해서 술 하고도 맞을 거 같은데 이름이 뭐라고 했지?”
“하아... 치즈케이크다, 머릿속에 술밖에 안 들어 있다니 전형적인 글러 먹은 인간이군.”
“하루도 비꼬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냐? 싸우러 온 게 아니니까 넘어가겠는데 그래서 무슨 일인데 이렇게 들떠있는 거야?”
“다 같이 러브레터를 쓴다고 하더군.”
“러브레터?”
칼데아에는 오락거리가 적다. 그러다 보니 서번트들 중에는 심심해하는 자도 많고 뭐만 있으면 일을 벌이기도 한다. 이번 일은 마스터가 보겠다고 들고 온 영화를 같이 본 서번트들이 차를 마시다 영화 이야기를 꺼내서 일어났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편지를 쓴 것이다. 편지로 주인공의 진심이 전해지고 커플이 맺어져서 해피엔딩, 그 부분이 인상 깊게 남았는지 그 부분을 강조했고 이야기는 다 같이 편지를 쓰는 방향이 되었다.
“러브레터라고 해도 연인이 있는 자들은 말 그대로 사랑의 편지를 쓰지만, 아닌 자들은 평소에 신세 지는 자한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더군. 많이 마스터에게 쓰는 모양이야, 마스터가 기뻐하겠어.”
“그럴까,”
“진심이 담긴 말을 누가 싫어하겠어.”
“그럼 나도 써볼까?”
쿠훌린은 그렇게 말하더니 모여있는 테이블에 갔다. 몇 마디를 주고 받다 에미야 쪽을 한 번 보고 웃었다. 분명 자신을 비꼬는 농담이라고 친거라 생각하며 빈 접시를 정리한다. 쿠훌린은 종이와 펜을 들고 다시 에미야 앞에 앉았다.
“저쪽에서 쓰면 될걸 왜 여기서?”
“막상 쓰려고 하니까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조언을 받자.”
“나한테?”
“어, 받는 사람이 현대인이라 네가 도움이 될 거 같아.”
현대인, 쿠훌린도 마스터에게 쓰려는 건가 에미야는 생각했다.
“흠, 그렇다면 도와주지. 일단 현대 편지의 기본 구성은 받는 이, 인사, 안부 묻기, 편지의 주 내용, 끝내는 인사, 보내는 이의 순서이다.”
“응”
“그런데 이곳은 칼데아, 거의 매일 보는 사람한테 안부를 물을 이유는 없으니 안부는 생략하는 게 좋겠군. 그렇다면 예의상 인사와 내용을 쓰고 만약 끝내는 인사를 쓰고나서 내용을 추가하고 싶거나 본문과 내용이 맞지 않아 따로 쓰고 싶다면 P.S.로 추가하도록.”
“본문 내용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뭐든 괜찮겠지, 진심이 전해질 수 있다면. 일단 상대를 칭찬 하는 거부터 시작하는 거도 괜찮겠지. 장점, 매력, 하지만 외견을 칭찬하는 건 추천 못 하겠군.”
“왜?”
“외견은 잘못하면 평가로 보일 수 있고 비교를 당하면 불쾌할 수도 있다. 굳이 외견에 관해 쓰고 싶다면 비유를 이용해 말해주는 게 좋을 거 같군.”
“예를 들면?”
“마스터의 눈에는 강한 의지가 보이지, 그 눈이 별빛과 같고 그걸 보면 전투에 임할 때 마스터에게 믿음을 가질 수 있다 같이?”
“오오, 확실히 마스터의 눈을 보면 같이 싸운다는 긍지가 생겨서 사기가 올라가지.”
쿠훌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남이 쓰는 편지를 훔쳐보는 무뢰한은 아니기에 에미야는 주위를 정리하다 모여있는 여성서번트들 쪽에 눈이 갔다. 여성 서번트들은 쿠훌린과 에미야 쪽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아까 종이를 받아오면서 웃는 거 같았는데 저들하고 무슨 대화를 했나?”
“별 이야기 안 했어, 그냥 누구한테 쓰냐고 해서 얼버무렸지. 칭찬 썼는데 또 뭘 쓰면 좋을까?”
“흠... 구체적으로 예시를 쓰는 거도 좋은 방법이다. 이전에 뭐뭐를 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다, 어떤 행동에 감사한다 등.”
그 이후 몇 가지를 더 물어보고 쿠훌린은 조용히 편지를 썼다. 다른 서번트들도 집중하고 있는지 식당은 사각거리는 소리로 찼다. 그러던 중 덜컥하고 의자를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너서리와 잭이 에미야에게 달려왔다.
“아저씨, 아저씨!”
“간식이 더 필요한가?”
둘은 고개를 저었다.
“편지를 써왔는데 받아주세요!”
“평소에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주고 우리를 챙겨주는 보답!”
둘은 그렇게 말하면서 에미야에게 편지를 건넸다. 에미야는 편지를 읽고 부끄러운 듯 웃었다.
“보답이라니 기쁜걸...”
“정말?”
“물론이지.”
“아아, 먼저 줘버리다니 최속의 영웅이란 이름이 울겠군.”
쿠훌린은 편지를 다 썼는지 종이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
“우리가 먼저 준 거야?”
“후후, 기뻐라”
쿠훌린은 일어나서 편지를 에미야에게 들이밀었지만 에미야는 쿠훌린의 행동을 이해 못 해 멀뚱히 편지봉투를 뿐이었다.
“너한테 주는 건데 왜 안 받아?”
“나한테?”
“응”
“마스터가 아니라?”
“거기서 왜 마스터가 나와?”
“현대인이라고.....”
“너도 현대인이잖아.”
에미야는 얼떨결에 받아 편지를 받아 읽기 시작했다. 에미야의 얼굴은 점점 붉어지고 편지로 얼굴을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