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을을 나온 에미야는 좀 들뜬 듯했다. 지금 있는 마을은 에미야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니고 번화한 도시도 아니지만 몇 달 동안 혼자 텅 빈 마을에서 지낸 경험이 에미야를 들뜨게 한 거 같았다.
“어~이, 적당히 하라고? 잘못해서 후드라도 벗겨지면 이목이 장난 아닐 테니까.”
“그런 멍청한 실수는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그보다 캐스터, 얼른 정보를 얻어야 하는 거 아닌가?”
스카사하의 부탁으로 찾아야 하는 귀걸이는 전 소유자로부터 부도덕한 방식으로 얻을 경우 소유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저주가 걸려있다. 덕분에 현재 소유자를 찾아도 이미 죽거나 물건을 빼앗겼을 확률이 높다. 그럼 다시 귀걸이의 행방을 찾아야 해 아주 귀찮은 상황으로 최신의 정보가 필요하다. 그렇게 빠른 정보활동이 필요함에도 에미야는 얼굴에 꽃이 핀 특수한 상태라 후드로 존재를 지우고 있어 정보수집을 하기 힘들다. 해봤자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정도고 적극적인 행동은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주 정보수집 및 탐색 활동은 쿠훌린이 하고 에미야에게는 적당히 돌아다니다 숙소를 잡으면 에미야는 돌아와 마술 공부를 하도록 과제를 주기로 정했다. 에미야와 헤어져 쿠훌린은 시장에서 여러 사람과 대화하면서 시장 안을 돌았다. 여행 초반이라 당장 많은 물건을 살 필요는 없지만 자연스럽게 자리를 뜨기 위해 물건을 사서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한 매대가 눈에 띄어 그 매대로 갔다.
“여기는 뭐, 뭐를 팔지?”
“어서 옵쇼! 해조류하고 건어물, 육포를 파는데 형씨 필요한 거 있나?”
“음... 여행하는 중이라 부피가 큰 건 짐이 되고 간편식이 좋지, 좀 볼까?”
쿠훌린은 매대를 둘러보다 슬쩍 진짜 목적을 입에 담았다.
“아~ 내가 여행을 하면서 가끔 있는 사람한테 자금을 버는데 혹시 이 주변에 돈 좀 버는 사람 있어?”
“이 동네는 다 고만고만하게 살아서, 주변에 큰 저택 같은 거도 안 보이지?”
“그러네.....”
“자금이 필요하다면 다른 곳으로... 아! 한 명 있나, 변두리에 살던 화가 녀석. 그 녀석 갑자기 잘 팔리기 시작해서.”
갑자기란 단어에 쿠훌린은 속으로 소리쳤지만 들어내지 않고 태연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벌이가 변변치 못해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했는데 말이지.... 그림이고 예술이고 나 같은 장사치는 잘 모르지만, 어느 날 지나가던 귀족님이 그 녀석 그림을 보고 극찬을 하면서 사 가더니 소문이 났는지 여기저기서 귀족들이 몰려들어서 그 녀석 그림을 사 가더라고.”
“헤에~ 그래서 그 대단한 화가님은 지금은 뭐하는데?”
“바다를 보고 싶다고 멀리 떨어진 항구 마을에서 저택을 사서 이사 갔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사람인지 궁금하네....”
“형씨도 예술 같은 거에 관심 있어?”
“아니, 만약 그 항구 마을을 지나가게 되면 자금을 위해서 말 좀 걸어보려고”
쿠훌린이 돈을 뜻하는 손 모양을 하자 상인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렇군, 그럼 한 번 마을회관에 가봐. 이사 가면서 그래도 자기가 여기 출신이란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자화상을 그려서 마을회관에 주고 갔으니까 걸려있을 거야.”
“응, 그럼 육포랑 오징어 말림을 좀 주겠어?”
“감사합니다.”
쿠훌린은 값을 치르고 물건을 들고 마을회관으로 갔다. 회관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벽에 크게 인물화가 하나가 걸려있었다. 그림 속 인물은 한쪽에 쿠훌린이 찾는 귀걸이를 끼고 있었다.
“빙고”
정보를 얻었으니 빨리 행동해야 한다. 쿠훌린은 주머니에서 마름모 모양의 빨간 보석을 꺼냈다. 이 보석은 룬이 새겨진 보석으로 짝이 되는 다른 보석의 방향을 향한다. 또, 보석에 약간의 마력을 주입하면 빛나는데 짝이 되는 보석도 같이 반응해 빛나게 된다. 여행을 시작할 때 떨어졌을 경우 각자를 찾을 수 있도록 보석의 짝을 에미야에게 주었다. 보석이 쭉 길게 빛나면 상대방이 찾고 있다는 신호, 짧게 간헐적으로 몇 번 빛나면 위험한 상황이니 도와달라는 신호도 정했다. 지금은 길게 빛나고 있으니 에미야도 쿠훌린이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쿠훌린 쪽으로 올 테니 중간 지점쯤에서 만나게 될 거다. 광장으로 가자 에미야가 보였고 에미야도 쿠훌린이 보이는지 그쪽으로 가는데 순간 강한 바람이 불어 후드가 벗겨졌다.
“엄마, 저 아저씨 얼굴에 꽃이 피었어”
“꽃? 어.....꺄아아아아!”
후드의 효과는 머리까지 썼을 때 발동한다. 바람으로 얼굴이 들어 난 순간 효과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에미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처음 봐버린 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와 아이의 어머니. 여성의 높은 비명에 주위 모든 시선이 에미야에게 쏠렸다.
“ !!”
쿠훌린이 손가락으로 룬문자를 쓰고 주문을 외치자 문자가 허공으로 퍼졌다.
“에미야!”
쿠훌린은 에미야의 팔을 잡고 뛰었다, 에미야도 룬에 걸렸는지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듯했지만 쿠훌린한테 끌려 뛰었다. 한참을 뛰어 마을 밖으로 나왔을 때 에미야도 정신으로 돌아왔다.
“아까 그건....”
“단순 혼란 마술이야, 지금쯤이면 광장에 있었던 녀석들 모두 풀렸겠지.”
“나 때문에... 미안하다...”
“괜찮아, 원하던 정보는 이미 얻었고.”
“정말인가?”
“운 좋게 마을에 귀걸이를 한 녀석의 자화상이 있더라고, 확인하고 왔어.”
확인까지 하고 왔다는 말에 에미야의 눈이 커졌다.
“그건 정말 운이 좋았군, 그럼 그 사람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시장 장사꾼 말로는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항구 마을로 이사 갔다고 하더군. 바로 그쪽으로 향해야 하니 오늘은 노숙해야 할 거 같아.”
“미안하다....”
“어차피 그대로 떠날 예정이었으니까 후드가 벗겨지지 않았더라도 노숙은 해야 했어. 그랬으면 내가 사과하고 있었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
재차 사과하며 괜찮다고 해도 표정이 풀리지 않아 쿠훌린은 씁쓸하게 웃으며 에미야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가 연재물을 성실하게 월간 연재하고 있다니 스스로도 놀랍네요. 게을러서 이렇게 주기적으로 올리는 게 진짜 오랜만이라...ㅋ
본격 마을을 나와 여행탐색편 돌입했습니다. 둘이 만나고 스카사하 스승님이 퀘스트를 주는게 이야기의 기고 여기서부터 승이 되겠습니다. 승 초반이라 별재미 없는 느낌인데 사실 다음편도 별 내용이 없어요..... 그래도 이번편보다는 다음편이 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