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데우스는 살리에리가 소환됐다고 듣자마자 치고 있던 피아노를 멈추고 소환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가 마주한 건 ‘회색의 남자’. 회색의 남자는 아마데우스를 보고 죽인다며 폭주했다. 다행히 주위에 다른 서번트가 있었고 방금 소환되어 전투력이 낮은 살리에리는 바로 제압되었다. 제압되면서 전투 예장은 사라지고 드러난 모습은 아마데우스가 기억하는 살리에리였다. 사실 예장을 벗은 모습을 볼 필요도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죽인다 소리친 그 목소리만 들어도 아마데우스는 그 서번트가 살리에리임을 알았다. 그랬기에 굳어버렸고 다른 서번트가 제압할 때까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하,하하하하하하! 뭐야 저거! ‘아마데우스 싫어’를 악화시킨 변신 히어로가 되다니!”
겨우 움직일 수 있었을 때 아마데우스는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비웃는 척하며 상황을 넘기지 않으면 아마데우스 자신도 뭘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악의 재회 후 다음 만남은 별다르지 않았다. 쉐도우보더 내에서 아마데우스와 마주칠 때마다 살리에리는 폭주했고 지나가던 서번트가 살리에리를 제압했다. 수차례 반복되자 좁은 공간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마스터는 각자에게 접근 금지라는 명령을 내렸다. 음악가는 귀가 좋다, 발소리 크기와 리듬으로 누가 누군지 구분할 수 있어서 조금만 신경 쓰면 각자와 마주치는 걸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살리에리가 소환되고 1주일, 아마데우스는 마리의 다과회에 초대되었다.
‘무고의 괴물’
이전에 칼데아에서 캐스터 클래스 공용공간에서 들었다. 그때 이야기의 중심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유명한 동화 작가는 본인이 쓴 이야기에 침식당해 목 아래 온몸에 화상과 비늘이 돋아난 고통스럽고 끔찍한 상태라고 했다. 인간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괴물, 무고의 괴물. 셰익스피어는 이야말로 펜이 칼보다 날카롭다며 소란을 떨었지만, 아마데우스는 타인 사정으로 넘겼다. 실제로 신경 쓸 필요 없는 타인 사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의 장본인이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질투한 나머지 모차르트를 죽였다’라는 창작과 소문이 만들어낸 ‘회색의 남자’라는 무고의 괴물이 현재 이곳에 소환된 살리에리라고 한다.
“그래도 무슈는 분명 저와 오라버니를 기억하고 있었어요.”
“으음... 살리에리는 본인이 회색의 남자이자 살리에리의 자아의 파편이라고 했으니까. 그 자아 부분에 기억이 남아있는 거 아닐까?”
마스터와 마리가 차를 마시며 하는 대화를 아마데우스는 그저 말없이 들었다. 자아의 파편, 그저 조각일 뿐인가. 생전의 이해자, 친구는 이제 없다. 민중의 소문에 의해 자아가 조각나 복수자가 되었다. 그 뒤 다과회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아마데우스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심한 절망에 다과회가 끝난 뒤 정처 없이 걸었더니 오락실 앞에 도착했다.
“피아노라도 칠까....”
오락실 안으로 들어가 그랜드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이런 기분으로 피아노를 치기도 뭐하지만, 피아노라도 치지 않으면 어찌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떠오르는 대로 손가락 움직이는 대로 치다 보니 리사이틀 하나쯤 끝낸 시간이 되었다.
“관객도 한 명 없는 곳에서 한 거지....”
더욱 바보 같은 기분이 들어 허무해졌다. 생전의 살리에리가 있었다면 분명 제일 먼저 일어나 브라보를 외치고 박수를 쳤을 텐데, 그리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이어질 속사포 같은 찬사와 감상. 아무리 원해도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떠올리며 아마데우스는 피아노 뚜껑을 닫았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오락실은 공용공간이고 아무리 누가 사용하고 있더라도 노크를 할 필요가 없다. 아마데우스는 혹시 자신도 모르게 문을 잠갔나 싶어 문을 열기 위해 일어났다. 문으로 걸어가는 동안 노크는 이어졌고 문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아마데우스는 노크의 리듬이 익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리듬은 살리에리가 박수를 칠 때의 리듬이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리사이틀에는 관객이 있었고 관객은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자였다.
“아아~”
아마데우스는 문을 열지 않고 머리를 잡은 채 쭈그려 앉았다. 자신의 친구는 어리석은 민중의 소문에 의해 조각이 되었지만 사라진 건 아니다. 그렇다면 몇 개인지, 얼마나 작은 조각인지 모르겠지만 모으면 되는 것이다. 좁은 쉐도운보더에는 마침 할 일이 많지 않다, 아마데우스는 새로운 취미로 조각 모으기를 추가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생각했다.
온리전 원고중에 쓴건데 정신이 없어서 올리는 건 온리전 끝나고 나서이네요. 요즘 아마살리 빠졌습니다.... 지인한테 연성도 뜯어냈어요, 흑흑. 시간되면 아마살리로 다른 연성도 해보고 싶네요. 현대물이나 이것저것.... 지인한테 연성받은 대가로 지인 시로세미 써줘야하는데ㅋㅋㅋ 시로세미 현대물 쓰는중입니다.ㅋㅋㅋㅋ 시로세미도 나중에 티스토리 올릴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