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볕이 눈꺼풀 위로 쏟아진다, 코우자쿠는 그 햇살에 이기지 못하고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익숙한 풍경은 반년 전부터 살기 시작한 세라가키 가였다. 코우자쿠는 어머니와 단둘이서 이 미도리지마에 왔다. 풍족한 삶은 아니었지만, 어머니와 함께이기에 행복했던 삶은 반년 전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심으로써 끝이 났다.
혼자가 되어버린 코우자쿠에게 어머니와 처음 이 섬에 왔을 때부터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이웃 세라가키 타에가 같이 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주었다. 코우자쿠는 세라가키 가에 부담될 거 같아 사양하고 싶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염치 불고하고 타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셋이서 살게 된 지 3개월이 지났을 때쯤 새 식구가 생겼다. 이름은 노이즈, 나이는 아오바보다 4살 어린 4살 남자아이이다. 노이즈는 선천적으로 통증을 느끼지 못해 그의 부모님이 노이즈의 몸을 필사적으로 고치려 하던 중 지금은 은퇴했지만, 옛날에는 뇌 관련 연구와 의료로 유명했던 타에를 알게 되어 그녀에게 노이즈를 맡겨보기로 한 것이다.
이미 은퇴했고 타에도 처음에는 노이즈의 부모님의 부탁을 거절했지만, 두 사람이 너무 필사적이었기에 결국 부탁을 받아드렸다. 타에는 노이즈를 고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상태를 장기간 꾸준히 지켜보며 연구해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말했고 노이즈의 부모님은 세라가키 가에 노이즈를 맡겼다.
노이즈가 옴으로써 6개월 전까지 타에와 아오바만의 두 명 가족이 네 명 가족이 되었다. 사람 심지어 애가 둘이나 더 느니 당연히 집은 정신이 없어졌다. 다행히 나이가 가장 많은 코우자쿠가 아래 둘을 돌보니 타에가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코우자쿠가 주방으로 내려가자 타에가 요리를 하고 있고 노이즈가 식탁에 앉아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 일어났니."
"노이즈도 잘 잤어?"
"응......... 코우자쿠?"
"나도 잘 잤어."
사실 노이즈는 처음 왔을 때 세라가키 가 사람들을 피하고 말을 잘하지 않았다. 당연한 게 4살이란 어린 나이에 말이 다른 외국에 혼자 와서 모르는 사람들하고 사는 것이다. 아무리 부모님이 노이즈를 위해서라고 말을 해주었지만 어린나이에 그 말을 이해할 리도 없고 결론적으로는 부모님으로 떨어져 사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노이즈를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손님방을 주고 코우자쿠와 아오바가 한방을 썼다. 하지만 그게 노이즈가 이곳에 익숙해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노이즈는 거의 매일같이 밤에 울었다. 큰소리로 울어댄 게 아니라 1층의 타에가 들을 수는 없었지만 옆방이었던 아오바와 코우자쿠에게는 들렸다.
자기들보다 어린 노이즈가 우는 게 안타까웠던 아오바와 코우자쿠는 어떻게 하면 노이즈가 밤에 울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아오바가 아이디어를 냈다. 그걸 생각해낸 밤 코우자쿠와 아오바는 잘 시간이 되자 노이즈의 방에 찾아가 같이 자자고 했다. 노이즈는 그 말을 듣고 놀랐지만 아오바와 코우자쿠가 꼭 하겠다는 눈을 하고 있어 머뭇거리며 수락했다. 결국, 그날 코우자쿠와 아오바 사이에 노이즈를 두고 노이즈방 침대에서 세 명이 함께 잤다.
양 옆에 사람의 온기가 있어서일까 노이즈는 그날 평소와 달리 푹 잘 수 있었다. 이후 매일 셋이서 같이 잤고. 노이즈는 울지 않게 되며 세라가키 가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같이 자게 된 지 2개월이 가까이 된 저번 달 역시 아무리 어린애들이지만 셋이서 싱글침대에 자는 건 좁았기에 아오바와 노이즈가 아오바 방을 쓰며 한 침대에서 같이 자고 가장 나이 많은 코우자쿠가 손님방 하나를 쓰는 걸로 방이 재배치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다시 셋이서 다 같이 자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전에는 노이즈가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몰라서 코일 통역기를 쓰며 대화했는데 지금은 간단한 인사나 단어는 알게 되어 짧은 대화는 통역기 없이도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노이즈, 아오바는 어디 있어?"
"침대......"
"아직도 안 일어난 거야?"
"응"
학교에 가야 하는 아오바는 자고 있고 학교에 가지 않는 노이즈가 반대로 깨어 있는 상황에 코우자쿠는 쓴웃음을 살짝 짓고 타에는 한숨을 쉬었다.
"코우자쿠, 가서 아오바 좀 깨워주겠니?"
"네."
"나도"
"그래 노이즈도 같이 가서 깨워 주렴."
코우자쿠와 노이즈는 2층의 아오바가 있는 방으로 갔다. 2층으로 올라가 코우자쿠가 아오바방의 문을 여니 아오바는 역시나 아직도 쌔근거리며 꿈나라에 있었다. 코우자쿠는 하아 하고 작은 한숨을 쉬며 아오바 침대로 갔다.
“아오바, 아오바.”
코우자쿠가 아오바의 이름을 부르며 가볍게 아오바의 몸을 흔들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오바, 학교 가야지.”
“우...우응.....”
목소리를 더 크게 하고 흔드는 것도 더 세게 하니 아오바가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일어나려는 하지 않았다.
“아오바 이번에도 지각하면 교실 청소라고 어제 투덜거렸잖아.”
“.........조려”
그 렇게 코우자쿠가 아오바를 타이르는데 노이즈는 침대 위로 올라가 아오바 옆에 누웠다.
“노이즈, 같이 자려 하지 말고 아오바 좀 깨워봐.”
“............”
코우자쿠의 말에 노이즈는 눈을 깜빡거리며 뭔가 생각에 빠졌다.
“이렇게...?”
“으햑!”
이른 봄이라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이불 밖에 있던 노이즈의 손은 차가웠다. 그런 손으로 이불 안에서 따뜻하게 있던 아오바의 몸을 만지니 아오바는 정신이 확 들었다.
“좋은 아침, 아오바.”
“좋은 아침......”
사실 1월 케스에 내려고 한 원고의 초반 부분입니다.
셋이 같이 자라서 삼각관계가 되는 내용이라 좀 길게 쓰고 싶었는데 학기중에 과제에 치이고 시험에 치이고 하다보니 1월 케스까지 못 맞출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