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는 고양이다, 종류는 샴. 흰 바탕에 얼굴과 귀, 네 다리와 꼬리 부분은 진갈색과 검은색 털이다. 외견은 어디에든 있을 법한 고양이지만 그런 외견과 다르게 아처는 마술사의 사역마이다. 처음 토오사카 집안에 주워졌을 때는 그저 마력이 좀 있는 고양이였는데 계약을 하고 마술 회로가 늘어나 마력량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이도 100살은 넘었고 인간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게 되었다. 100년이란 세월 동안 토오사카와의 계약은 끊기지 않았지만, 주인은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 주인은 린이라는 소녀로 마술사로서 재능은 넘쳐나나 중요한 부분에서 실수하는 나쁜 습관이 있어 역대 주인 중 제일 손이 많이 간다.
아처의 아침은 빠르다. 먼저 고양이 모습으로 우편함을 확인하고 우편이 있다면 물고 집 안으로 들어온다. 다음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린의 도시락을 준비하며 아침을 준비한다. 준비가 끝나면 다시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가 주인의 방에 간다. 주인의 방에 들어가니 요란한 자명 시계가 울리고 있지만, 주인은 베개로 귀를 막은 채 일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린, 아침이다.”
“우음.....”
침대 위로 올라가 주인에게 말을 건다. 반응은 있으나 일어날 기색이 없다. 얼굴 가까이 가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주인의 얼굴을 톡톡 친다.
“린”
주인은 뭐라고 웅얼거리더니 뒤척이며 몸의 방향을 돌렸다. 아처는 한숨을 쉬고 앞발을 위로 높게 올린 다음 힘을 주어 뺨에 내려쳤다. 소위 냥냥펀치라고 불리는 행위다.
“아파!”
“린, 알람 시간으로부터 이미 15분이 지났다. 이대로라면 학교에 지각인데 괜찮은가?”
“뭐?!”
뺨에 느껴진 아픔 때문에 눈이 확 떠진 린은 몸을 벌떡 일으켜 아처한테 한마디 하려다 시간을 보고 침대에서 뛰어 내려왔다. 욕실로 뛰어가는 소녀를 보고 아처는 유유히 방을 나와 주방으로 돌아가 차를 끓였다. 잠시 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소녀가 2층 방에서 1층으로 내려왔다. 식탁에는 미리 아침이 준비되어있었고 린이 의자에 앉자 아처는 차를 따라주었다. 린이 시계를 보며 아침을 부지런히 먹는 사이 아처는 린의 머리를 빗으며 묶어주었다. 집을 나서려는 린의 손에 도시락을 쥐여주었다.
“아처, 다녀올게!”
“오늘 계란이 싸다고 하니 돌아오는 길에 oo마트에서 꼭 사와라, 린.”
“알았어!”
아처는 우편함에 꽂혀있던 종이에서 본 내용을 린한테 전했다. 급하게 나가는 모습하고 린의 성격을 봐서 정말 잊지 않고 사 올지 아처는 걱정이 됐다. 린이 학교에 간 후 아처는 설거지와 청소, 정원 손질을 하고도 시간이 남아 산책하러 가기로 했다. 아처는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가 저택의 담을 밟고 밖으로 나갔다. 아처는 밖에 나갈 때는 고양이 모습이라는 철칙을 가지고 있다. 동물이란 자신의 종족이 아니면 각 개체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마을 사람들은 몇 년이고 같은 고양이를 보더라도 설마 같은 개체일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몇십 년이고 같은 청년이 늙지 않는 모습으로 마을을 돌아다니면 눈에 띈다. 그러기에 비상사태가 아니면 저택 밖으로 나갈 때는 고양이 모습이다. 마술의 은닉 규칙이 아니었으면 린이 제대로 사 올지 걱정하며 부탁하기보다 아처가 직접 마트에 가서 계란을 사 왔을 것이다. 아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을을 거닌다. 100년이나 산책하러 다닌 마을은 눈을 감고도 길을 알 수 있다.
혹시 계란 말고도 싱싱한 재료나 할인하는 제품이 있으면 린에게 사 오게 하려고 아처는 상점가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오늘은 고등어가 싱싱합니다!”
호쾌한 목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이국적인 외모의 청년이 있었다. 긴 파란 머리를 심플한 머리 장식을 사용해 하나로 묶은 헤어스타일에 붉은 눈동자, 호객행위를 하며 살짝살짝 보이는 덧니. 청년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로 손님에게 말을 걸었다. 아처의 기억상 이 마을에 저런 사람은 없다. 처음 보는 얼굴에 호기심이 생겨 아처는 청년을 지켜보았다.
청년은 싹싹하고 붙임성이 좋은 생선 가게 아르바이트생인듯했다. 잠깐 가게 주인과 대화하는 걸 들어보니 이름은 ‘쿠훌린’, 외견으로 보아 20대 초반 정도이다. 그렇게 관찰하던 중 아처는 쿠훌린과 눈이 마주쳤다. 너무 한 곳을 계속 보면 이상하게 볼 수 있다.
“쯔, 쯔”
얼른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쿠훌린이 자세를 낮추고 혀로 소리를 내며 가까이 오라는 손동작을 했다. 그냥 갈까 고민하다 아처는 작게 울고 다가갔다. 아처가 오니 쿠훌린은 한 번 손 냄새를 맡게 해주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핸들링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실력이다.
“자.”
쿠훌린의 손이 아처를 쓰다듬다 말고 무언가를 내밀었다.
“아까부터 쳐다보고 있던 게, 이걸 노리고 있던 거지?”
손에 들린 건 생선 조각, 그걸 본 아처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아파!”
아처의 손톱에 긁혀 쿠훌린 손등에서 피가 났다. 아침에 린을 깨울 때 손톱을 숨기고 때리는 것과는 다른 회심의 일격.
“사람이 호의 좀 써줬더니, 뭐 하는 거야!”
아처는 쌓인 상자들을 밝고 가게 지붕 위로 올라갔다. 호의? 무시를 잘 못 말한 거겠지. 자신을 어디 아무거나 받아먹는 헤픈 고양이로 취급하는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아처가 있는 지붕을 향해 소리치는 쿠훌린을 보고 마치 짖어대는 개 같다고 생각하며 그 자리를 유유히 떠났다. 집에 돌아오고 얼마 안 돼 린이 집으로 돌아왔다.
“다녀왔어~”
“린, 계란은?”
“제대로 사 왔어.”
린이 손에 든 비닐봉투를 보여주었다.
“무슨 일 있었어, 기분 안 좋아 보이는데?”
“산책 중 대형견한테 시비가 붙었다.”
“그래?”
행사끝나고 푼다는 썰이 너무 길어져서 소설로 썼습니다. 시간 나는 대로 틈틈히 다음편도 써보겠습니다.
아마데우스는 살리에리가 소환됐다고 듣자마자 치고 있던 피아노를 멈추고 소환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가 마주한 건 ‘회색의 남자’. 회색의 남자는 아마데우스를 보고 죽인다며 폭주했다. 다행히 주위에 다른 서번트가 있었고 방금 소환되어 전투력이 낮은 살리에리는 바로 제압되었다. 제압되면서 전투 예장은 사라지고 드러난 모습은 아마데우스가 기억하는 살리에리였다. 사실 예장을 벗은 모습을 볼 필요도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죽인다 소리친 그 목소리만 들어도 아마데우스는 그 서번트가 살리에리임을 알았다. 그랬기에 굳어버렸고 다른 서번트가 제압할 때까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하,하하하하하하! 뭐야 저거! ‘아마데우스 싫어’를 악화시킨 변신 히어로가 되다니!”
겨우 움직일 수 있었을 때 아마데우스는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비웃는 척하며 상황을 넘기지 않으면 아마데우스 자신도 뭘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악의 재회 후 다음 만남은 별다르지 않았다. 쉐도우보더 내에서 아마데우스와 마주칠 때마다 살리에리는 폭주했고 지나가던 서번트가 살리에리를 제압했다. 수차례 반복되자 좁은 공간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마스터는 각자에게 접근 금지라는 명령을 내렸다. 음악가는 귀가 좋다, 발소리 크기와 리듬으로 누가 누군지 구분할 수 있어서 조금만 신경 쓰면 각자와 마주치는 걸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살리에리가 소환되고 1주일, 아마데우스는 마리의 다과회에 초대되었다.
‘무고의 괴물’
이전에 칼데아에서 캐스터 클래스 공용공간에서 들었다. 그때 이야기의 중심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유명한 동화 작가는 본인이 쓴 이야기에 침식당해 목 아래 온몸에 화상과 비늘이 돋아난 고통스럽고 끔찍한 상태라고 했다. 인간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괴물, 무고의 괴물. 셰익스피어는 이야말로 펜이 칼보다 날카롭다며 소란을 떨었지만, 아마데우스는 타인 사정으로 넘겼다. 실제로 신경 쓸 필요 없는 타인 사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의 장본인이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질투한 나머지 모차르트를 죽였다’라는 창작과 소문이 만들어낸 ‘회색의 남자’라는 무고의 괴물이 현재 이곳에 소환된 살리에리라고 한다.
“그래도 무슈는 분명 저와 오라버니를 기억하고 있었어요.”
“으음... 살리에리는 본인이 회색의 남자이자 살리에리의 자아의 파편이라고 했으니까. 그 자아 부분에 기억이 남아있는 거 아닐까?”
마스터와 마리가 차를 마시며 하는 대화를 아마데우스는 그저 말없이 들었다. 자아의 파편, 그저 조각일 뿐인가. 생전의 이해자, 친구는 이제 없다. 민중의 소문에 의해 자아가 조각나 복수자가 되었다. 그 뒤 다과회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아마데우스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심한 절망에 다과회가 끝난 뒤 정처 없이 걸었더니 오락실 앞에 도착했다.
“피아노라도 칠까....”
오락실 안으로 들어가 그랜드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이런 기분으로 피아노를 치기도 뭐하지만, 피아노라도 치지 않으면 어찌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떠오르는 대로 손가락 움직이는 대로 치다 보니 리사이틀 하나쯤 끝낸 시간이 되었다.
“관객도 한 명 없는 곳에서 한 거지....”
더욱 바보 같은 기분이 들어 허무해졌다. 생전의 살리에리가 있었다면 분명 제일 먼저 일어나 브라보를 외치고 박수를 쳤을 텐데, 그리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이어질 속사포 같은 찬사와 감상. 아무리 원해도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떠올리며 아마데우스는 피아노 뚜껑을 닫았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오락실은 공용공간이고 아무리 누가 사용하고 있더라도 노크를 할 필요가 없다. 아마데우스는 혹시 자신도 모르게 문을 잠갔나 싶어 문을 열기 위해 일어났다. 문으로 걸어가는 동안 노크는 이어졌고 문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아마데우스는 노크의 리듬이 익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리듬은 살리에리가 박수를 칠 때의 리듬이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리사이틀에는 관객이 있었고 관객은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자였다.
“아아~”
아마데우스는 문을 열지 않고 머리를 잡은 채 쭈그려 앉았다. 자신의 친구는 어리석은 민중의 소문에 의해 조각이 되었지만 사라진 건 아니다. 그렇다면 몇 개인지, 얼마나 작은 조각인지 모르겠지만 모으면 되는 것이다. 좁은 쉐도운보더에는 마침 할 일이 많지 않다, 아마데우스는 새로운 취미로 조각 모으기를 추가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생각했다.
온리전 원고중에 쓴건데 정신이 없어서 올리는 건 온리전 끝나고 나서이네요. 요즘 아마살리 빠졌습니다.... 지인한테 연성도 뜯어냈어요, 흑흑. 시간되면 아마살리로 다른 연성도 해보고 싶네요. 현대물이나 이것저것.... 지인한테 연성받은 대가로 지인 시로세미 써줘야하는데ㅋㅋㅋ 시로세미 현대물 쓰는중입니다.ㅋㅋㅋㅋ 시로세미도 나중에 티스토리 올릴게여